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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심은 알고나면 허수아비다 / 이외수
눈동자 10/08/27 06:4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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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심은 알고나면 허수아비다.
 
나는 근심에 대해서 근심하지 않는다.
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.

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가서 허기를 채우려면
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복병들이다.
하지만 어떤 참새라도
그 복병들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.
 
허수아비는 무기력의 표본이다.
망원렌즈가 장착된 최신식 장총을 소지하고 있어도
방아쇠를 당길 능력이 없다.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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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기 딴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눈을 부릅뜬 채
들판을 사수하고 있지만, 유사이래로
허수아비에게 붙잡혀 불구가 되거나
목숨을 잃어버린 참새는 한 마리도 없다.
 
다만 소심한 참새만이 제풀에 겁을 집어먹고
스스로의 심장을 위축시켜 우환을 초래할 뿐이다.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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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.
나는 스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.
나는 서른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.
나는 마흔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.
 
그런데 그 때의 근심들은
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.
지금은 흔적조차도 찾을 길이 없다.
 
 
근심에 집착할수록 포박은 강력해지고,
근심에 무심할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.
하지만 어떤 포박이라고 하더라도
시간이 지나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린다.

이 세상 시계들이 모조리 작동을 멈춘다 하더라도
시간은 흐른다.
지금 아무리 크나큰 근심이 나를 포박하고 있어도
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.
 
 
그런데 내가 왜 시간이 흐르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리는
무기력의 표본 허수아비에 대해 근심하겠는가.
 
이외수의"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"


곡/Tol & Tol 의 "Pavane"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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